박정숙 씨는 은퇴 후 한동안 무기력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합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별다른 목표가 없다 보니 시간이 더디게 갔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동네 복지관 게시판에서 수채화 강좌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붓을 잡아본 게 몇십 년 만이었어요. 손이 떨려서 선 하나 긋는 것도 서툴렀죠.” 처음 몇 주는 부끄러움이 앞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반 사람들과 서로의 그림을 보며 웃고, 함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지금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라고 말합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 그리는 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색과 선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그 시간이 참 소중해요.” 최근에는 복지관 전시회에 작품을 낼 만큼 실력도 늘었습니다.
박정숙 씨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또래에게 이렇게 조언합니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한 번 가보세요. 저도 처음엔 이 나이에 뭘 새로 배우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나이는 전혀 상관없더라고요.” 작은 용기 하나가 그녀의 하루를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그림을 배우기 전과 후, 무엇이 가장 달라졌는지 묻자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웃는 일이 늘었어요. 그거면 충분한 것 같아요.” 새로운 배움이 거창한 성취가 아니라, 작은 활력이 되어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녀의 이야기가 보여줍니다.
